퍼 온 시

군산 문인의 거리

녀름비 2022. 5. 15. 07:06

저녁을 먹고 근린공원을 걷는 일이 잦아졌다.

소화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병원 신세를 지는 것도 내 몸에 미안한 일이다.

 

군산 수송근린공원에서 영화관 가는 길에 동산 담벼락을 이용하여 '문인의 거리'를 꾸며 놓았다.

이 길을 지나면서 나는 아나로그 감성에 잠시 젖는다.

시인의 이름을 대고 작품을 하나씩 맛보는 여유가 즐겁다.

 

 

       

     봄의 서장/채 규 판

 

먼 능선을 타고 앉아

가지에 피어오르는 생명의 원시를

노래만큼 흥겨울 때까지

투명한 아픔으로 응시할 수 있다

 

빛은 고와서 눈과 마주 서는 난간에까지 흐르는데

가장 먼저 산실을 나온

두어 가닥 질서의 끝

 

여린 음성으로 시작하여 노을이 물든 광장에

반신을 버티는 손짓에서부터

천천히 발효하는

신의 섭리

 

처음은 혼자여서 마른 잎에 구르는 쪽

그 가득한 곳에 고적해 있지만

계곡을 걷어차고 일어서는 단단한 힘의 구비

 

바람과 더불어 내리는 아침의 뿌리가 드리우는 때

누가 슬픔만 남는다 하는가

 

무르익으며

가득한 눈물을 쓸어안으며

분주히 아침을 마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