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에 담기
전주 도로공사 수목원
녀름비
2019. 10. 3. 19:39
그리운 풍경에는 원근법이 없다 / 김 완
벽에 그녀를 걸자, 방이 환해진다
봄 들녘의 바람, 햇살, 상기된
나무들의 숨소리 가득하다
나무들 사이로 하늘이 열리고
둥근 하늘 아래 등불을 든
사람들이 마을을 오간다
부풀어 오른 꽃망울들,
하늘거리는 꽃잎들, 방 안에는
봄의 선, 색, 향기가 넘실댄다
색色은 세상으로 향할 때
비로소 제 안으로 익어가는 것
그녀가 방 안을 가만히 들여다본다
춥고 힘든 오늘, 웅크린 사람들의
외로운 섬에도 봄은 오는가
상한 시간의 기억 다독이며
새해 첫 새벽, 앞산도 지우며
가난한 마음들과 들끓은 소리도 지우며
오는 마른 눈(雪)이여
그리운 풍경에는 원근법이 없다
―김 완 시집 『그리운 풍경에는 원근법이 없다』(시와시학, 2011)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