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즈에 담기
적상산과 덕유산의 단풍
녀름비
2008. 11. 2. 14:14
나제통문의 새벽
적상산 안국사 입구 은행나무
구천동 들어가는 길에서
구천동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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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의 이유
/이원규
이 가을에 한 번이라도
타오르지 못하는 것은 불행하다
내내 가슴이 시퍼런 이는 불행하다
단풍잎들 일제히
입을 앙다문 채 사색이 되지만
불행하거나 불쌍하지 않다
단 한 번이라도
타오를 줄 알기 때문이다
너는 붉나무로
나는 단풍으로
온몸이 달아오를 줄 알기 때문이다
사랑도 그와 같아서
무작정 불을 지르고 볼 일이다
폭설이 내려 온몸이 얼고
얼다가 축축이 젖을 때까지
합장의 뼈마디에 번쩍 혼불이 일 때까지
누가 뭐래도 한 번쯤은
불같이 타오르고 볼 일이다.
숯조각 하나조차도 남김없이,
풍구에 이는 용광로 불처럼.
가을이 아니라도 열불에
온 몸을 내놓고 활활 태우고 볼 일이다.
모깃불마냥 매운 연기나 푸석푸석 풍기다가
이 가을을 사정도 못하고
스르르 시들어 버리고 마는 것은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