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광주역, 첫사랑의 격전지
/서덕근
새벽은 늘 반짝이는 은비늘 비린내로 환했습니다.
시를 쓰는 일이란
매일 뜯어진 하루를 깁는 것과도 같은 것이었지요.
열차는 희망보다 연착했지만
기나긴 담배 연기 같은 철길 끝
그곳에서 폐렴을 앓는 바다를 보았습니다.
80년의 파랑주의보를 건너온 갈매기 한 마리인 저에게
수평선은 말줄임표처럼 다가와
오래 가슴이 시퍼렇게 멍들었지요.
파도의 날개가 다 뜯어질 때까지.
타버린 그리움의 상류,
남광주역을 가봅니다.
그때 그 순수한 영혼의 주소였던 첫사랑의 격전지.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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