녀름비
2007. 11. 25. 15:19
고스톱
마늘을 찧고 있는 아내의 눈앞에
만 원짜리 몇 장이 든 내 검은 지갑이 흔들리면
물기도 마르지 않은 마늘내 박힌 아내의 앞치마가
거실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진다.
항상 시작은 아내의 선전이다.
내 지갑을 잠시 빠져나가는 세종대왕들이
날 보고 배시시 웃는다.
아내는 그저 좋아 더 크게 웃는다.
인생이란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법
나는 한 방을 기다린다.
그리고 매번
흔들고 쓰리고에 세종대왕은 아무렇지도 않게
또다시 배시시 웃으며 내 지갑에 돌아오고
뒤퉁수를 맞은 아내는 뒤로 쓰러진다.
나 앞으로 안 해!
하지만
내일 또다시 아내의 눈앞에 내 가난한 지갑이 흔들리면
짠내 박힌 아내의 앞치마는 아무렇게나 던져질 것이다.
23년을 살아오면서 나는 아내의 눈앞에
얼마나 많은 지갑을 흔들었던가
또 앞으로 얼마나 많이 내 흔들리는 지갑 앞에
잠시 그 선한 눈을 감아줄까?
2007. 11. 25. 여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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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호랭이와 고스톱에 재미를 붙여 마실을 다니지 못했습니다.
던 많이 따서 200만원만 채워지면 만나거덜랑 술 한 잔 사겠습니다.
여름비 올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