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사랑
/박수현
반달이 골목 끝을 가로막던 밤이었다. 그가 줄장미 번져
오른 담벼락으로 갑자기 나를 밀어 부쳤다. 블록담의 까
슬함만이 등을 파고 들던 밝지도 어둡지도 않는 첫 키스
의 기억. 사랑이란 그렇게 모래 알갱이만한 까슬한 감각
을 몸속에 지니는 것. 해마다 줄장미가 벙글어 붉은 꽃을
피울 때마다 내 오랜 사랑, 작은 모래알에서 자갈이 되었
다 어느 새 구르지도 못하는 억센 바위가 되었다.
물길을 내고 싶어 정으로 바위를 쳐 내렸다. 텅텅 소리를
내며 튕겨나 발등에 남겨진 피멍, 흐린 날이면 어김없는
날궂이로 상처가 덧나곤 했다.
바람이 헛된 책장을 넘긴다. 엎드린 채 꽃보다 가시울 키
우던 등위로 피가 흐른다. 검은 피가 강처럼 흐르고 내
마음 속 어디선가 쉴 새 없는 정 소리에 흔들리기 시작
하는 바위. 구르며 부서지며 비로소 물길을 낸다. 짙은
가시울로 깊어지며 흩어지는 모래 알갱이들....
음악은
Fade - Sophie Zelmani 휘지님의 싸비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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