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내소사에서 올랐을 것이다.
오르다 길이 없어져 어렵게 잡목들을 헤집고 힘겹게 다달았던 직소폭포.
시간이 없어 이끼에 젖어 있던 폭포를 눈빛으로 마주하다
부서져 애타는 소리를 뒤로하고 월명암으로 향했었지.
내 스물두 살 여름.
폭포물같이 푸르렀던 젊은 그날
인생에도 낙엽이 지는 날이 있음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오늘은
관광버스들이 내려놓은 단체 관광객들과
갖가지 등산화를 졸라맨 등산객들 속에 뒤섞여
왁자지껄 반들반들 잘 닦여진 길을 올랐습니다.
낙엽이 흩어진 길은 온통 등산모들이 차지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오늘 나를 가득 채운 것은
가을 속의 알록달록한
그대였습니다.
2007. 10. 28. 여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