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란(風蘭)의 죽음
강석화
겨우내 쌓여있던 눈이 녹아
꽃밭에 새싹이 숨어있나 했더니
말라죽은 풍란 한 포기
미이라처럼 묻혀 있었네
한 때는 내 사랑을 받아 마시며
타다 남은 숯 위에서도 푸르렀는데
어느 날 다른 님에 자리 뺏기고
잡초처럼 시들어 버려졌구나
캄캄한 땅 속에서 하고팠을 말
하루 종일 내 뒤를 따라다니네
사랑과 잊혀짐이 한 걸음이고
기다림과 죽음은 이웃이라고
향기로울 땐 취해 몰랐지만
이제 알겠네
너를 묻고 마지막 물을 뿌리며
나 역시 풍란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