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 온 시

풍란의 죽음 / 강석화

녀름비 2007. 8. 1. 18:18

 

 

                풍란(風蘭)의 죽음

                                                          강석화   
           

          겨우내 쌓여있던 눈이 녹아
          꽃밭에 새싹이 숨어있나 했더니
          말라죽은 풍란 한 포기
          미이라처럼 묻혀 있었네

          한 때는 내 사랑을 받아 마시며
          타다 남은 숯 위에서도 푸르렀는데
          어느 날 다른 님에 자리 뺏기고
          잡초처럼 시들어 버려졌구나

          캄캄한 땅 속에서 하고팠을 말
          하루 종일 내 뒤를 따라다니네
          사랑과 잊혀짐이 한 걸음이고
          기다림과 죽음은 이웃이라고

          향기로울 땐 취해 몰랐지만
          이제 알겠네
          너를 묻고 마지막 물을 뿌리며
          나 역시 풍란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