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 온 시

옹기전에서/정희성

녀름비 2007. 6. 20. 05:54

 

 

 

 

      옹기전에서 /정희성 나는 웬지 잘 빚어진 항아리보다 좀 실수를 한 듯한 것이 마음에 들었다 아내를 따라와 옹기를 고르면서 늘 느끼는 일이지만 몸소 질그릇을 굽는다는 옹기전 주인의 모습에도 어딘다 좀 빈데가 있어 그것이 그렇게 넉넉해 보였다 내가 골라놓은 질그릇을 보고 아내는 곧장 화를 내지만 뒷전을 돌아보면 그가 그냥 투박하게 웃고 섰다 가끔 생각해보곤 하는데 나는 어딘가 좀 모자라는 놈인가 싶다 질그릇 하나를 고르는 데도 실수한 것보다는 차라리 실패한 것을 택하니
 
                돌아보니 성공이랄 만한 것도 없고
                실패랄 수 있는 것도 없는데
                실수한 것은 참 많기도 하다.
                그래서 항상 나는 차선책이었을까?
                 
                            2007. 06 20.    여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