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 날 아침
큰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역시, 내 큰아들이야.'
마음이 뿌듯했다.
그런데 기대했던 어버이 날 감사의 말은 안 하고 대뜸
"아빠, 나 땡 잡았어요."
12시 넘어 고시원으로 돌아오는 중 편의점 앞 현금지급기 위에
돈이 무더기로 쌓여 있더란다. 편의점 주인에게 그 임자가 오면
찾아주라고 맡기고 있는데 주인이 허겁지겁 달려왔더란다.
직원들 월급인데 찾아 줘 고맙다며 20만원을 떼 주고 고기 가게인
자기집에 친구들이랑 놀러 오라고 했더란다.
"잘했다. '좋은 일'로 생긴 돈이니 '좋은 곳'에 쓰도록 해라."
"알았어요, 아빠! '잘' 쓸게요"
그러면서 어버이 날의 감사하다는 말도 안 하고 끊었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일'의 순위는 이렇다.
1. 그 돈 모두를 내 통장으로 입금시키는 것.
2. 반반 쪼개 나와 지가 나눠 갖는 것.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는다.
점심 때쯤 전화를 했다.
"그 고기집엔 가지 말아라. 네가 가면 그 주인이 돈 받겠니?"
"알아요, 아빠. 제가 공짜로 먹겠어요?"
"그리고 그 돈은 '좋은 일'에 써야한다"
또 한 번 '좋은 일'에 써야함을 강조했다
"예, 알았어요"
또 어버이 날 감사의 말도 안 하고 끊는다.
어제까지 통장의 입금 내역을 수시로 조회해도 아무 변동이 없다.
오늘도 일하지 말고 계속 확인을 해 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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