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 온 시

혼자 사랑 / 도종환

녀름비 2007. 4. 21. 22:26

 

 

 

 

 

                 혼자 사랑

           

                                                  /도종환

           

          그대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어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로

          그대와 조금 더 오래 있고 싶어요

          크고 작은 일들을 바쁘게 섞어 하며

          그대의 손을 잡아보고 싶어요

          여럿 속에 섞여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러다 슬그머니 생각을 거두며

          나는 이것이 사랑임을 알아요

          꽃이 피기 전 단내로 벋어오르는 찔레순 같은

          오월 아침 첫 문을 열고 하늘을 바라보는 마음 같은

          이것이 사랑임을 알아요

          그러나 나의 사랑이 그대에게 상처가 될까봐

          오늘도 말 안하고 달빛 아래 돌아와요

          어쩌면 두고두고 한번도 말 안하고

          이렇게 살게 되지 생각하며 혼자서 돌아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