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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의 계절에 즈음해서

by 여름B 2006. 10. 15.
도대체 이게 무슨 짓거리입니까? - 축제에 찬물 끼얹는 사람들

2006 전국민족예술제 기획전으로 열린 <날아라 깃발>이라는 주제로 행사장을 수 놓은 수 많은 깃발들

 

(사)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이 주최하고 민예총전북지회가 주관하는 2006 전국민족예술제가 <모악의 꿈>이란 주제로 전라북도 완주군 구이면 모악산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10월 13일(금)부터 15일(일)까지 3일간 열리는 이번 민족축제는 모악산에 있는 전북도립미술관 특설무대와 대원사, 그리고 모악산 등산로 등에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번 2006 전국민족예술제에서는 기획전으로 ‘날아라 깃발’이라는 주제로 수 천 장의 다양한 깃발들이 행사장을 수놓고 있다. 깃발들은 모악산을 타고 부는 바람을 따라 힘차게 나부끼며 행사장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런 저런 형태의 깃발들은 정말 다양하게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일부에서는 깃발이 너무 강렬하다고도 하지만 그것은 주관의 차이 일뿐이다. 현재 우리가 처해있는 상황을 그린 것이 강렬하다고 한다면 아마 그 무엇도 할 수 없으리라는 생각도 해본다.

 

축제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모악산을 오르는 다리 위에 걸어 놓은 오방색 기와 훼손되어 다리 아래로 버려진 오방색 기들.

 

민족예술제 주관측에서는 행사의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모악산 입구에서 대원사까지 오르는 동안 건너야 하는 5개의 다리에 오방기를 대나무에 이용해 다리난간에 묶어 놓았다. 좁은 다리에 오방색 기를 만들어 죽 걸어 놓았으니 사람들의 눈에 잘 뜨일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 다리에 걸어 놓은 오방기에서 일어났다.


아침에 행사장으로 내려가는 길에 보니 축제를 위해 걸어 놓은 오방색 기를 모두 잘라 다리 밑으로 던져 놓은 것이 보인다. 흉물스럽게 던져져 버린 오방색 기들. 도대체 무슨 이유로 남들이 축제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걸어 놓은 기들을 잘라버린 것일까? 어느 사람들이 산을 오르면서 하는 소리가 날 짜증나게 만든다. ‘내가 칼만 있으면 저거 다 잘라버렸으면 좋겠네. 무당들도 아니고 머시여 저게’ 세상에 이런 몰상식한 사람들이 있나. 자신과 다른 종교를 가졌다고 그것을 훼손하여도 좋다는 생각. 어찌 이런 생각들을 하고 있는 것일까? 오방색만 들어가면 무조건 안된다는 그런 생각, 다른 종교것은 안된다는 생각 등 그런 사고가 더 우스꽝스러운 일 아닐까?

 

하도 어이가 없어 무슨 종교를 갖고 있느냐고 물었더니 자신이 믿는 종교를 당당하게 말한다. 자신있게 말을 하는 그 마음 가짐은 좋으나 그 얼굴을 보니 갑자기 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까. 문화와 종교도 구별하지 못하는 저 무지한 사람. 측은하기까지 하다. 

 

또 다른 다리도 역시 기를 묶은 것을 잘라 다리아래로 흉물스럽게 던져 놓았다.

 

종교를 믿는 것은 자유다. 우리나라는 엄연하게 종교의 자유가 있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할 자유도 있다. 내것은 되고, 남의 것은 안된다는 생각이라면 곤란하지 않을까? 그렇게치면 이 종교를 믿는 분들은 제발 자중하길 바란다. 아니면 아예 이 땅을 떠나서 사시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으려나 모르겠다.

 

우리문화는 거개가 토속종교에서 파생을 한다. 춤이 그렇고, 장단이 그렇고, 소리가 그렇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 너, 나 할것없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쳐대던 박수가 바로 동살풀이라는 굿을 할 때 사용하던 박수다. 그분들 이 박수 요란하게 잘만쳐대던데 어차피 버린몸 아니시려나. 하도 어이가 없어 객소리 한번 해보았다.

 

모악산을 오르기 위해 만나는 제일 첫 다리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잘라서 버린 기를

꽂은 장대를 묶은 끈. 여기는 그나마 누가 개울에 버려진 것을 한편으로 모아 놓았다.

 

행사장 주변을 수 놓은 다양한 형태의 깃발들

 

이번에 기를 잘라버린 사람들이 어떤 종교인인지는 잘 모르겠다. 혹은 나와 다른 이념을 가졌다고 그랬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누가 되었던지 전국적인 문화축제를 여는 곳이다. 수많은 외지인들이 모이는 축제의 장이다. 필요해서 시설을 해 놓은 것을 그렇게 마음대로 훼손을 하다니, 이런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었을까? 들여다보고 싶다.

 

문화는 그저 즐기고, 공유하고, 함께 동참하면 되는 것이다. 내가 싫으면 안가고, 안보면 그만이다. 왜 남이 힘들여 해놓은 것을 마음대로 훼손을 하나? 나와 다르다고 왜 헐뜯고 비방을 해야 하는가? 그것이 참된 것은 아닐 터인데 이제라도 이런 몰지각한 행동을 좀 삼가 해 주었으면 좋겠다. 참으로 안타깝기 만한 행태를 보면서 문화를 문화로 보는 그런 넓은 안목이 생겨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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