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오시려거든
뜨겁게 구워졌던 태양이
식어가는 가을날
저녁으로 오세요
붉은 단풍보다 깊어진
노을 한 상 차려놓고
커다란 술잔
귀뚜라미 울음소리 가득 채워
버거운 침묵을 지워 보겠소
갈바람에 부풀려진
무수한 이야기가 낙엽처럼
쓰러져 가고
눈물보다 더 쓸쓸한 노래가 흐를 때
그대가 찬 서릿발 같은 발길을 돌려도
나는 실패한 사랑조차 용서할 테요
모든 것을 비워야만 넉넉해지는
가을날에는
《시하늘》 2022 겨울호
감나무에 해를 가하지 말라고 경고문이 붙어 있다.
차에서 지나며 보기에는 좋은데 막상 사진을 찍으려고 내려 보니 길바닥이 온통 터진 감으로 범벅이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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