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못난이 가족

딸의 반란

by 여름B 2008. 12. 1.

 

 

 

 

 

 

                 

 

 

      주말과 쉬는 날을 합하여 4일을 내리 쉰다고 딸이 반찬을 가지러 왔다.

      매달 식구들 용돈을 각자의 통장에 자동이체로 보내 주는 순수한(?) 이 

      딸아이의 월급날이 우리 가족에게는 한 달 중 가장 기쁜 날이다.

      그래서 우리 가족은 딸이 내려오면 모두 기쁨조가 되어 외식시켜 주랴

      은파 유원지 등으로 야간 드라이브를 시켜 주랴 정신 없이 바쁘다.

       

      그런데 이번에 딸의 입에서는 청천의 벽력이 떨어졌다.

      그곳 직장에서 누구의 꼬임을 받았는지, 이제 내년부터는 용돈을 안 준다는

      것이다. 그 대신 시집갈 때 얼마간의 목돈을 내놓고 사라진단다.

      '아니, 그렇게 순수한 아이가 서울 생활 몇 달만에 저렇게 변하다니.'

      탱크병을 제외한 우리 가족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항의를 했으나

      딸내미는 입을 한번 쭉 내미는 것으로 지 에미에비의 말을 일축해 버렸다.

      그러나 군대 생활하는 탱크병과 공익에게만은 계속 용돈을 대 준다고 하니,

      이 말을 들은 막둥이 한공익은 둘렀던 머리띠를 풀고 콧노래를 부르며

      지 에미에게 윙크를 남기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나와 호랭이는 우리의 아지트 안방으로 들어와 긴급 구수회의를 했다.

      '현재 딸의 전세집을 얻어 줄 때 빌린 돈의 이자를 받자.'

      '그리고 대학 등록금 대준 것에 좀더 웃돈을 얹어서 받아내자.'

      '앞으로 반찬을 대주지 말자.'

      '간식인 고구마도 지 돈으로 사 먹으라고 하자.' 

      등등의 묘안들이 나왔다.

      이 정도면 저도 꼼짝 못하겠지. 낄낄~

      호랭이와 나는 기쁨의 하이화이브를 한 뒤 딸에게 통보하기 위해 거실로

      의기 양양하게 나왔더니, 이미 외출복으로 갈아 입은 딸내미는  

      "엄마 아빠, 친구 만나고 올게요." 하고 핑 나가 버린다.

      우씨~ 말도 못했는데...

       

       

       

       

                          

       

       

       

                  내년에는 용돈이 없어 블로그도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못난이 가족'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랭이, 막걸리 마신 날  (0) 2008.11.06
아들의 부도  (0) 2008.09.03
지병으로 블로그를 그만 두다.  (2) 2008.08.27
첫 휴가 온 아들  (0) 2008.07.06
딸 앵벌이 시키다.  (0) 2008.01.27